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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동안 일어난 일들

코로나 그리고 안 밖의 온도 차이

by 동물들의친구 2020. 3. 27.

영국은 외출 금지령이 떨어졌지만, 식료품을 사러 나가거나 러닝을 하러 나가는 것은 허용이 된다.

화요일 영국 정부에서 보낸 문자가 왔다

나는 이 날 이후로 매일 아침 여덟 시에 기숙사 건물을 나가 줄넘기를 한다.

15분 정도 줄넘기를 하고 나면 다시 건물로 들어와,

10분정도 기숙사 빌딩의 계단 오르기를 하며 아침 찬 바람을 털어낸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코로나 이전에도 워낙 생활이 단조로웠기에,

크게, 어쩌면 아직까지는, 코로나로 인한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이맘때 즈음 영국은 해가 들기 시작하지만, 외출 금지령이 떨어진 이후로

하늘이 맑아졌고 공기가 따듯해졌다.

따라서 아침에 줄넘기를 하고 들어오면

내 방 침대에 사선으로 퍼질러진, 늦잠 자는 햇빛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렇게나 따듯하고 포근해보일수가 없다.

자가격리, 외출금지가 없었다면 이런 포근함을 아마 결코 느끼지 못했으리라.

 

늘 그렇지만, 그리고 그래왔지만,

사는 조건이 변하면, 하는 생각도 변한다, 변하거나 잊고 있던 것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각.

스스로 정해놓은 오전 공부시간이 끝날 즈음, 핸드폰에 알람이 왔다.

"BREAKING: Boris Johnson has tested positive for coronavirus."

영국 총리인 Boris Johnson도 코로나에 걸렸다.

 

눈 감은 모습을 캡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

코로나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아팠고, 죽었다.

끔찍하게도 병원에서, 치료 기관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 아픈 신음을 내질러내고 있을까.

그런데 더 끔찍한 것은, 방문을 닫고 창문을 닫고 뉴스도 보지 않아 귀도 닫고 있으니,

먼 타지에서

신음하고 죽어나가는 사람들의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Boris의 확진 소식을 듣고,

잠시 집중이 깨진 탓에 눈에 들어온 책상 위 햇빛을 보고,

다시 한번 포근함을 느낄 뿐이었다.

 

설정을 위해 일부러 펼쳐둔 것은 아니다.

 

내가 처음 국제개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

그리고 더 나아가 환경 쪽으로 진로를 틀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보고 듣지 못해도, 저 먼 곳에서 얼마나 많은 비명이 허공을 찌르고 있는가.'

'그렇게나 날카로운 비명들이 왜 다수에게 닿지 못하고 대부분 허공에 맴도는가.'

 

점심을 먹으며 코로나 관련 뉴스 기사들을 몇 가지 찾아 읽는다.

날도 따듯하고,

주방에 햇빛이 잘 든다.

몽롱해지고 멍해지고,

세상에는 잘 들리는 비명보다 찾아들어야 들리는 비명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괜히, 햇빛에 숨이 턱 막히는 듯하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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