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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동안 일어난 일들

공생

by 동물들의친구 2020. 5. 18.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생각보다 장기화됐다.

그러다 보니

내 방에서 나와 함께 공생하는 식물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공생

나는 이들에게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 주고

이들은 나에게 보람과 마음의 안정을 준다.

 

먼저 씨앗으로 첫 만남을 한 선인장을 소개한다.

이름은 아직 지어주지 않았고 그러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흰 꽃병과, 흙, 씨앗, 그리고...

여기서 가장 헷갈리는 것이

흰 꽃병, 흙, 씨앗, 그 외에 두 가지 물질이 더 있었는데

검은색 구슬 같은 것과, 노란색 황토색 콩알 같은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무엇이 씨앗이고 무엇이 비료인지 몰랐다.

몰랐기에 똑같이 심었다.

흙을 9/10 정도 깔고 그 위에 검은색, 노란색 스무 개 정도 되던 구슬들을 흩뿌렸다.

그리고 흙을 덮었다.

설명서(?)에 이렇게 하고 물을 준 뒤 비닐로 뚜껑을 만들어 습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삼사일 정도 후에 이렇게 3개의 싹이 돋아났다.

너무 귀여웠다.

나는 당시에 검은색이든 황토색이든 둘 중에 하나는 씨앗이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후면 더 많은 싹이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황토색이던 구슬(?)들이 노랗게 변해 흙 표면으로 가끔 빼꼼 모습을 보일 때면

나는 또 다른 싹이 나는 것인가 싶어서 혼자 설레었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 비료였던 것 같다.

그들은 그 상태로 그냥 지금까지도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것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햇빛을 받아 녹색 싹이 반짝이는 걸 보며 행복해했다.

 

 

두 번째 식물도 선인장 종류 중 하나이다.

함께 한지는 몇 달 정도 됐는데 한 달 정도 전에 이렇게 가운데서 꽃 봉오리가 솟아올랐다.

아직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첫 번째 선인장 씨앗을 심을 때 사실 검은색, 황토색 구슬 중에 무언가는 비료겠거니 생각했고

먼저 나와 함께 하고 있던 선인장들에게도 나눠주자...

서너 알 정도는 나눠줘도 괜찮겠지 생각했고, 그래서 이 아이 흙에도 살살 묻어 줬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삼일,

사일,

일주일,

꽃 봉오리 줄기가 계속 자라났다...

자라도 너무 자랐다.

원래 이렇게 자라는 식물인가 생각해보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자라났다.

거의 제크와 콩나물 수준으로 자라나는 이 녀석을 보며,

그렇게 길어짐과 동시에 무거움을 못 견디고 점차 옆으로 등을 굽는 이 녀석을 보며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빨래를 하고 왔는데,

이게 이렇게 잘려있었다.

나는 자른 적이 없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창문을 열어두고 빨래하고 온 사이에 새가 들어와서 이렇게 목을 부러트리고 갔나?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리도 만무하고...

유력한 용의자는 나로서,

빨래하러 가기 전 베개피를 창문 밖에 털다가 창가에 있던 이 녀석 목을 쳐낸 듯싶다...

마음이 아팠다.

잘린 부분은 흰 꽃병 안에 묻어 주었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방에서 함께 숨 쉬는 아이들이 있어서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해 줄 수 있는건 틈틈이 물을 주고 햇볕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루의 해가 움직이는 시간에 따라 화분의 위치를 서너 번씩 조정해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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