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이 생각보다 장기화됐다.
그러다 보니
내 방에서 나와 함께 공생하는 식물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공생
나는 이들에게 물을 주고 햇빛을 쐬어 주고
이들은 나에게 보람과 마음의 안정을 준다.
먼저 씨앗으로 첫 만남을 한 선인장을 소개한다.
이름은 아직 지어주지 않았고 그러려고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흰 꽃병과, 흙, 씨앗, 그리고...
여기서 가장 헷갈리는 것이
흰 꽃병, 흙, 씨앗, 그 외에 두 가지 물질이 더 있었는데
검은색 구슬 같은 것과, 노란색 황토색 콩알 같은 것이었다.
나는 처음에 무엇이 씨앗이고 무엇이 비료인지 몰랐다.
몰랐기에 똑같이 심었다.
흙을 9/10 정도 깔고 그 위에 검은색, 노란색 스무 개 정도 되던 구슬들을 흩뿌렸다.
그리고 흙을 덮었다.
설명서(?)에 이렇게 하고 물을 준 뒤 비닐로 뚜껑을 만들어 습도를 유지하라고 했다.
삼사일 정도 후에 이렇게 3개의 싹이 돋아났다.
너무 귀여웠다.
나는 당시에 검은색이든 황토색이든 둘 중에 하나는 씨앗이었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며칠 후면 더 많은 싹이 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황토색이던 구슬(?)들이 노랗게 변해 흙 표면으로 가끔 빼꼼 모습을 보일 때면
나는 또 다른 싹이 나는 것인가 싶어서 혼자 설레었다.
그러나 그건 아마도 비료였던 것 같다.
그들은 그 상태로 그냥 지금까지도 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이제 막 세상에 나온 것들은 왜 이렇게 귀여운지 햇빛을 받아 녹색 싹이 반짝이는 걸 보며 행복해했다.
두 번째 식물도 선인장 종류 중 하나이다.
함께 한지는 몇 달 정도 됐는데 한 달 정도 전에 이렇게 가운데서 꽃 봉오리가 솟아올랐다.
아직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첫 번째 선인장 씨앗을 심을 때 사실 검은색, 황토색 구슬 중에 무언가는 비료겠거니 생각했고
먼저 나와 함께 하고 있던 선인장들에게도 나눠주자...
서너 알 정도는 나눠줘도 괜찮겠지 생각했고, 그래서 이 아이 흙에도 살살 묻어 줬다.
그런데...
하루,
이틀,
삼일,
사일,
일주일,
꽃 봉오리 줄기가 계속 자라났다...
자라도 너무 자랐다.
원래 이렇게 자라는 식물인가 생각해보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자라났다.
거의 제크와 콩나물 수준으로 자라나는 이 녀석을 보며,
그렇게 길어짐과 동시에 무거움을 못 견디고 점차 옆으로 등을 굽는 이 녀석을 보며
내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 빨래를 하고 왔는데,
이게 이렇게 잘려있었다.
나는 자른 적이 없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창문을 열어두고 빨래하고 온 사이에 새가 들어와서 이렇게 목을 부러트리고 갔나?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럴 리도 만무하고...
유력한 용의자는 나로서,
빨래하러 가기 전 베개피를 창문 밖에 털다가 창가에 있던 이 녀석 목을 쳐낸 듯싶다...
마음이 아팠다.
잘린 부분은 흰 꽃병 안에 묻어 주었다.
그래도 뭔가 이렇게 방에서 함께 숨 쉬는 아이들이 있어서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해 줄 수 있는건 틈틈이 물을 주고 햇볕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루의 해가 움직이는 시간에 따라 화분의 위치를 서너 번씩 조정해주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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