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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동안 일어난 일들

2학기도 끝

by 동물들의친구 2020. 6. 7.

 

학교 정문 앞

엊그제 목요일부로 2학기 시험도 모두 끝났다.

이제는 정말

논문에만 집중할 수가 있다.

2학기 중반부터 수업 듣는 과목과 논문에 동시에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과제를 어떻게든 내가 관심 있어하는 논문의 토픽과 연관시켜서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과제를 하는 것이 동시에 논문 준비를 하는 것이 되게끔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던것 같다.

과제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지만,

논문 주제의 배경지식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홀가분하다.

락다운 이후로 수업도 거의 끊겼다고 볼 수 있었고,

그러면서 각자 집으로 돌아가버린 친구들 덕분에 사람들과 교류도 거진 끊겼다고 볼 수 있었다.

종종 연락하긴 하지만,

어디 같은 강의실에 앉아 수업듣고 얼굴 보고 밥 먹고 하는 것과 같겠는가.

여러모로 안타까운 해이다.

안타까운 타이밍이고.

그러나 이번이 아니었으면 내가 또 언제 이곳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는 내 나름대로 이 운명에서 최선을 다 했다.

 

그리코 코로나 사태는 그 자체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고 내 학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어떻게 보면 나는 그 안에서 다소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유는

학교에서 시행한 "No Disadvantage" 정책 때문이다.

코로나로 학생들이 면대면 수업과 토론을 하고, 또한 어드바이저와 상담도 자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에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No Disadvantage policy 를 시행했는데 이는 1학기 때 받은 성적의 평균을 산출해서

이 이하로 2학기때 성적을 받으면 자동으로 1학기 평균 성적(baseline mark)으로 올려주는 시스템이다.

Fail만 받지 않는다면 말이다.

 

2학기는 논문에 정신이 팔려서 솔직히 모든 수업이나 과제에 집중을 하지는 못했다.

그리고 코로나가 실제로 공부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을 한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빡빡한 락다운 상태를 3달 가까이 유지했고, 그 사이에 4평남짓한 기숙사 방에서 나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나 스스로 관리하기 위해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래서 학교의 No Disadvantage 정책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다.

1학기 성적이 생각한만큼 노력한 만큼 내 능력만큼 나왔다고 생각한다.

더 욕심을 내고 싶고 내었지만 평균 점수를 보니 수긍을 하게 되는 점수였다.

그래서 1학기보다 열을 내지 못한 2학기에도 최소 1학기 성적을 받게 되는 것이 그저 내게는 감사할 따름이다.

내 학교 빌딩. School of Environment, Education and Development (Mancehster SEED)
내 학교 빌딩. School of Environment, Education and Development (Mancehster SEED)

 

오늘은 그래서 조금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마음으로 하루를 쉬었다.

왜인지 모르지만 쉬는 일도 무척이나 힘들다.

더 공부해야할 것 같고, 실제로도 더 공부할 게 많기에, 쉬는 것이 좌불안석이다.

그러나 나는 안타깝게도 로봇이 아니고, 휴식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뇌를 가지고 있다.

할 일들이 눈에 보이지만 기계처럼 척척 해내는 것이 고되다.

해서 밖에 나가서 네 시간 정도를 걸었다.

학교 주변을 뱅뱅 돌기도 했고

걸어보지 못한 거리도 걸으며 뇌에게 신선함을 주려 했으며

공원에서 마주친 다람쥐를 위해 근처 마트에서 아몬드를 사 나눠주었다.

그리고 밤에 돌아와 이렇게 블로그를 쓰면서

오늘 자기 전까지 쉬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쉬는 날은 자기전까지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데,

이렇게 쉬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는 평생 쉬지도 못하고, 언젠가는 쉴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 스트레스에 무너져버릴 것 같다.

 

무서운 삶이다.

무언가를 하면 할 수록 하지 못한 게, 해야 할 것들이 보인다.

욕심이 있으니, 겁이 많으니 앞에 보이는 일들을 계속 쫒아가는데

다리가 풀리고 머리가 아프고 가도가도 끝이 없으니 걱정만 종아리에 알처럼 배긴다.

이럴 때일수록 휴식이 중요하고 또 다른 성취가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휴식을 했다.

가끔은 독일어나 스페인어를 조금씩 공부하며 성취를 느끼려고 하기도 하는데,

오늘은 휴식을 했다.

휴식하도록 노력했다.

2학기가 끝났고, 조금은 걱정을 덜었고, 하고 싶던 연구나 잔뜩 해봐라, 그렇게 해서 논문 잘 쓰고 잘 마무리해봐라, 하고 나를 위로하며 나는 이제 자러 가야겠다.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결코 가까워지지 않는 사이. 다람쥐와의 갈등은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신선한 갈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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